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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나의 아픈 고백-
작성자클리닉
작성일2007.09.21
조회수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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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나의 아픈 고백


한때 그것이 도박이라는 생각조차 없이 도박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성인오락실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기계에 넣고 같은 모양이나 그림이 나오면 점수가 되고 이 점수를 배팅해 계속 늘리다보면 동전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오는 게임이었다.

약속시간이 남아 우연히 들른 오락실에서 500원을 가지고 놀았는데 몇 백원을 딴 경험을 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성인오락실을 드나들게 된 것이다. 점점 오락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한다는 것이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퇴근 후는 물론이고 그날 가진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그렇게 몇 달을 온통 게임에 몰두했던 것 같다. 어떤 날은 차비까지 떨어져 주인아저씨에게 차비 좀 달라고 한 적도 있었고, 몇 번 그러고 나서는 차비부탁도 무안해져 집까지 땅만 쳐다보면서 걸어 온 적도 있었다.


값진 인생을 담보로 대박을 꿈꿨던 시간

그때를 돌이켜보면 매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는 안해야지 하면서도 다음날 여지없이 발걸음을 하고, 이후에는 나의 의지력 결여를 탓하며 왜 이렇게 사는가 하는 생각들을 반복하면서 진창속을 헤매던 날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죽겠다든지 하는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죽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두려웠던 모양이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1년여를 게임에 빠져 지냈던 듯 싶다.

후에 생각하니 당시 해야 할일이 많았었는데 정작 중요한 일은 계속 미루면서 일에 대한 중압감과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로 자신감까지 결여되어 게임에 더 매달렸던게 아닐까. 순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가 오락실이었으리라. 허나 그 후유증은 게임중독에서 벗어난 이후로도 오랫동안 나자신을 옭아매었다. 그때 오락실에 돈을 쏟아 붓지 않고 모았었더라면, 오락실에 가지 않고 내 할 일을 했었더라면, 삶에서 더 빨리 안정을 찾고 건강한 생활을 했었을 텐데 하는 후회와 아쉬움으로 문제를 키운건 스스로 게임에 중독되었음을 인정하지 않고 상황을 피하려고만 했던 마음과 태도였던 것 같다. 차라리 사실을 인정하고 정면으로 부딧쳤더라면 더 나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아직도 나를 붙잡는다. 그 당시에는 오락실 출입을 끊고 갖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면하는 것이 참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른 일들에 몰두하면서 자연스럽게 중독에서 벗어났으니 세월은 참 좋은 건가 보다. 많은 것이 잊혀지기도 하고 묻어지기도 하니까.


아직 오지 않은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자

젊은 말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4년여 동안 게임중독 상담클리닉에서 중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접했다.

남편의 도박증을 말리려고 같이 왔다가 재미를 느끼고 자신도 중독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상담실을 찾은 아내, 불행한 결혼생활과 이혼 후 딸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빠져 겉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내담자, 밤늦은 시간에 사채업자들이 영업장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협박하는데 당장 갚을 돈은 없고 죽고만 싶다던 중년의 남성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와중에도 경륜이 생각나 택시를 집어탓다던 남성분, 아내와 가족들 누구에게도 도박해서 돈 잃고 사업도 망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애태우다가 상담실을 찾은 분 등 수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상담클리닉에서 만났다. 그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나의 아름답지 못한 지난 경험을 들려주는 이유는 지금 서 있는 곳이 결코 종착역이 아님을 아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모든 것이 막막하고 게임만이 유일한 낙이자 탈출구인 것 같지만 긴 인생에서 아직 찾아오지 않은 즐거움과 주어진 일들이 찬란하게 당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시기를.


글. 이주성 (前 경륜경정 클리닉 상담팀장 /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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