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과 중독의 차이

게임에 있어 몰입과 중독은 거의 동일한 의미로 통용된다.

그러나 이 두 단어 속에서 크나큰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행복감을 느끼느냐, 공허하고 허무한 상태에 이르느냐에 따라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즐기고 있는 게임이 몰입과 중독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스스로 체크해보자.

여러분은 배팅을 하고 나서 즐거운 기분, 행복감을 몇 번이나 경험했습니까? 가족이나 주변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까? 이때의 ‘미쳤다’는 말은 자신이 일에 몰입했을 때의 재미, 성취감과는 다른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병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혹시 그럼 말을 듣고도 기분이 상하지 않거나 행복감을 느꼈다면 이건 정말 미친(?) 상태일수 있으니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미쳤다는 말은 그 행동의 결과,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의도나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마찬가지로 게임몰입과 중독도 비슷한 뜻인 것 같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한 곳에 집중하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그 순간 재미를 느끼는 것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미쳤다’는 말이 다르게 해석되어지는 것처럼 몰입은 행복감을 중독은 괴로움, 허무함, 공허감을 가져다줍니다.

경륜․경정을 통해 성취감. 행복감을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는 한 곳에 집중하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그 순간 재미를 느끼는 것은 다를 바 없는데 왜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걸까요? 아마 집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과에 집착하고 돈에 집착하고 자존심에 집착하고….

행복은 돈이나 권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외부에 있는 사물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이것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최대한도까지 스스로의 마음과 육체를 바쳐 자발적으로 전력투구할 때 경험하게 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 것입니다. 행복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하찮고 작은 일이라도 몰입할 수 있어야만 삶의 질을 바꾸고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배팅하는데도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고요? 물론 그렇죠. 누가 결승선에 먼저 들어올지 얼마를 배팅할지 무수한 예상지를 구입해서 분석해야 하고 일정한도 이상의 구매를 위해서도 마감 전까지 분주히 움직여야 하고 경기장에 오기 위해 핑계거리도 찾아야 하는 등 나름의 노력(?)들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도박의 속성은 무선성입니다. 즉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보상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노력하고 분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아무 선수나 배팅하고 선수들의 경주에 몰입하십시오. 결과에 집착하지 마시고 잃은 돈이 아깝다고 미련도 갖지 마시고, 경기가 끝나면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게임을 통해 행복해질 수도 있습니다.

행복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마음속에서 키워나가야 하며 사라지거나 빼앗기지 않도록 스스로 지켜내기도 해야 하는 성질의 것입니다. 돈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돈에 집착할수록 돈에서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행복과 마찬가지로 돈도 의식적으로 얻으려 한다고 해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며, 돈은 몰입과 헌신의 부산물일 뿐임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글. 이주성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 클리닉 전 상담팀장/ 임상심리학 박사)